양평물맑은상권 르네상스 사업의 난맥상은 세 갈래로 정리된다. 실행계획이 부족했고, 상인회·양평군·추진단의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했으며, 수행업체의 역량을 검증하는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결과 상인의 경쟁력보다 시설물과 공연에 예산이 집중됐다.

상권 르네상스 사업은 쇠퇴한 상권을 대상으로 한다. 당시 제도는 인구·사업체 수·매출액 등 주요 지표 가운데 일정 항목이 2년 이상 감소한 지역을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 양평물맑은시장이 선정됐다는 사실은 이전의 여러 활성화 사업만으로 상권 회복에 이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운음식거리 사업은 목표와 수단이 뒤바뀐 사례다. 매운 음식을 파는 점포를 늘리고 메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체적인 실행안보다 거리 디자인과 시설 설치가 앞섰다. 상인이 메뉴나 업종을 바꾸려면 매출 증가에 대한 확신, 조리 교육, 상품 개발, 초기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관련 교육비는 2천560만원에 그쳤고, 생업 중인 상인을 대상으로 한 방문교육도 참여가 저조했다.

성과가 불확실한 시설물에는 큰돈이 들어갔다. 상권 안내 사인물에 4억8천만원, 시계탑에 3억원이 편성됐다. 시계탑이 들어선 곳에는 과거 활성화 사업으로 설치한 청개구리 조형물이 있었다. 시장 쉼터의 기존 공연무대도 다시 4천600만원을 들여 높이를 낮추고 탈의실을 추가했다. 이전 사업의 시설을 철거하거나 고쳐 새 사업 실적으로 잡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중복투자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수행사 선정 과정도 점검 대상이다. 추진단은 최초 입찰에서 참가 자격을 양평지역 업체로 제한했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지역업체에 기회를 주자는 취지 자체는 타당하다. 그러나 지역 제한이 수행능력 검증을 약화시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워터축제와 시장 홈페이지 제작을 맡은 A업체는 당시 제출 자료상 관련 분야의 뚜렷한 수행 실적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최근 3년 사업실적 자료에는 양평군과 지역 농협에 발행한 광고대금 세금계산서가 홍보대행 실적으로 기재됐고, 해당 평가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홈페이지도 자체 개발 방식이 아니라 웹사이트 제작 서비스의 템플릿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6천만원이 투입됐다고 알려진 홈페이지는 이후 서버 이용료 문제로 접속이 중단돼 논란이 됐다.

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광고기획사가 청개구리 특화골목 사업의 데크 보수, 수목 철거, 의자 제작까지 맡은 것이 적절한지도 지적됐다. 업체의 실제 면허·인력·하도급 구조와 계약서, 평가표를 공개해 자격과 수행 과정이 적법했는지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지역업체 우선은 지역경제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역량 있는 지역업체를 키우고 공정하게 기회를 주되, 경험과 인력, 직접생산 능력, 재무상태를 같은 기준으로 검증해야 한다. 부적격 업체가 사업을 맡아 실패하면 손실은 특정 계약 한 건에 그치지 않는다. 상인과 주민, 지역업체 전체가 신뢰와 기회를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