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유불리가 아니라 지역 현안의 사실관계, 행정 절차와 공적 기준을 중심으로 살펴본 논평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양평의 정치 풍경이 어딘가 낯설다.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들은 연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반대’ 성명과 글을 쏟아내고, 민주당은 출마를 접은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지역 현안을 밀어내고, 가장 중요 한 정치 이슈인 것처럼 보인다.
정작 묻고 싶은 질문은 하나다. 이 선거는 양평의 미래를 두고 치러지는 선거가 맞는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사업이다.
논쟁의 크기나 상징성만 놓고 보면 중앙 정치 이슈로 다 뤄질 사안이다. 그런데 양평의 군수·군의원 예비후보들이 이 문제를 앞다
퉈 전면에 내세우는 장면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양평의 교통, 의료, 고령화, 농업 소득, 환경 규제 같은 현안은 산적해 있는데, 행정구역도 이해관계도 직접적이지 않은 사안을 지역 정치의 중심 의제로 삼는 것은 주의의 분산이자 책임의 회피에 가깝다. 정치권 안에서는 이를 두고 “수도권 전체의 문제이니 양평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비중이다. 지역 후보가 지역 현안을 제쳐두고 중앙 권력자가 민감해하는 이슈에 집중할 때, 그 행위는 정책 제안이라기보다
공천권자를 향한 신호로 읽히기 쉽다. 양평이 용인을 걱정하는 모습은, 냉정히 말해 가난한 사람이 만석꾼의 재산을 걱정하는 풍경과 닮아 있다. 민주당의 상황도 구조적으로 다
르지 않다. 공식적으로는 후보에서 물러났지만 지역 내 상징성과 영향력을 여전히 지닌 인사의 정치행보가 양평의 현안을 압도한다. '그만둔다 는 이장이 총무를 이장 후보로 추천하고, 마을 회의에 나타나 자리를 배치하는 모습'이 연일 목격되고 있다.
수일 앞으로 다 가온 그의 출판기념회에 후보들이 집단적으로 참석하고 이를 과시하는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이는 문화 행사 참여라기보다, 비공식적 공천 영향력에 대한 예의 표시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제도적 권력이 사라진 자리에 관계 권력이 남아 있는 전형적인 지방정치의 모습이다. 이런 풍경이 반복되는 이유는 개인의 도덕성 때문만은 아니다. 상향식 공천이 약하고, 지역 유권자보다
중앙·광역 권력자의 평가가 더 크게 작동하는 구조 속에서 후보들은 자연스럽게 ‘정책 경쟁’보다 ‘줄서기 경쟁’을 택한다. 그 결과 지방선거는 지역의 삶을 묻는 선거가 아니라, 누가 누구 편인가를 확인하는 의식으로 변질된다.
보수든 진보든, 정당을 막론하고 이 패턴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가장 크게 손해를 보는 쪽은 늘 주민이다. 정치가 위를 바라볼수록, 지역의 문제는 아래로 밀려난다.
지방선거는 원래 소박한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후보는 양평의 문제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 는 것인가.
그 질문이 사라진 선거는, 결과가 누구에게 유리하든 지역에는 남는 것이 없다. 양평의 정치는 이제 다 시 양평을 바라봐야 한다.
용인을 걱정하고, 사람을 좇는 정치가 아니라, 이곳의 삶을 말하는 정치로 돌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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