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과 같은 지방정부의 군정 철학은 예산의 배분을 통해 구체화한다. 말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분야에 얼마의 예산을 투입하느냐가 지방정권의 정체성과 철학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특히 예산이 증가할 때보다

는 긴축예산 등으로 예산을 줄어들 때, 어느 분야의 예산이 줄어드는지를 보면 지방정부의 군정 철학이 보다 명확해진다. 민선 8기 양평군이 강조하는 군정 분야는 인구소멸 위험도가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양평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관광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집중된 지역에 대한 ‘채움 사업’ 등이 핵심 정책이다.

양평군이 군청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4년 양평군 예산 기준 재정공시’를 토대로 양평군의 주요 정책과 관련한 예산 집행을 분석했다. 먼저 양평군의 재정 규모를 243개 전국의 모든 지자체와 82개 군과 비교한 양평군의 위상은 다

음과 같다. 2024년 예산 기준으로 양평군은 전국 243개 지자체 중에서 상위 110위, 군 단위 중에서는 5위에 위치한다. 양평군이 매년 발표하는 재정공시도 예산 규모, 재정 여건, 재정운용계획, 재정 운용 성과 등을 같은 유형의 지자체와 비교해 평가하고 있다.

경기도 내에서 양평군의 위치는 지역총생산(GRDP)은 2021년 기준 2조4,759억 원으로 경기도 전체 31개 지자체 중 28위, 1인당 지역총생산은 2,079만 원으로 27위로 하위에 속한다. ‘2024년 양평군 예산 기준 재정공시’ 32쪽 붙임2로 수록된 ‘최근 5년간 양평군 분야별 세출 현황’은 양평군의 예산이 분야별로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보여준다. 민선 8기 양평군이 특히 강조하는 관광산업과 관련된 ‘문화 및 관광’ 세출 예산의 5년간 변화를 보면 2020년 343억에서 2023년까지 486억 원으로 143억 원 성장하다

가 2024년에는 오히려 438억 원으로 48억 원이 줄어들었다. ‘모두의 나라 살림’이 2024년 5월 15일 발표한 ‘243개 지자체 문화예술 부문 예산 현황 분석’에 따르면 양평군의 예산에서 문화예술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0. 48%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도 지자체 전체 평균이 1. 6%인 점을 감안하면 평균치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전진선 군수가 강조하는 관광산업 발전 계획은 예산으로 뒷받침받지 못하고 있다.

인구소멸 대책과 관련된 교육 분야 예산 비중을 보면 민선 6기 1%대에서 민선 7기 교육비 3% 공약에 힘입어 2. 7%까지 상승하다 가 민선 8기 들어 다

시 1%대로 주저앉았다. 교육예산 금액도 민선 8기 들어 15%가 줄어들어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양평군에 운영 중인 9개의 청소년 휴카페 예산도 2023년 10억2천만 원이던 청소년 문화공간 민간이전금이 2024년 7억3,400만 원으로 약 2억9천여만 원이 감소했다.

그중 하나인 ‘청소년 휴카페 망고’의 운영비는 대부분 간식비로 쓰이지만, 지난해 2,500만 원에서 올해는 2,000만 원으로 20%인 5백만 원이 줄었다. 청소년 ‘종일 돌봄’의 중요 한 역할을 하는 청소년 카페 예산을 20%나 줄이는 선택을 한 것은 ‘인구소멸 대응’이란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토 및 지역개발’ 분야 예산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679억 원이던 관련 예산은 2024년 426억 원으로 253억 37%가 줄었다. 이중 도로 관련 예산만 100억 원 이상 줄었다.

양평군의 지역총생산 대비 예산 비중은 39. 4%(2024년 예산÷2021년 지역총생산=39. 4%)로 경기도에서 동두천시 49.

1%에 이어 2번째로 높다. 경기도 전체 평균이 10. 8%임을 감안하면 평균보다

약 4배 높다. 지역총생산에서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는 것은 그만큼 재정지출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재정지출의 감소가 양평군 지역 경기 불황의 주요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예산 감축으로 7월부터 양평통보 사용 대상에서 제외된 한 정육점 운영자는 “지역 경기가 최근 수년간 최악의 상황인데, 다

가오는 명절이 걱정된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반면에 일반적으로 긴축재정을 편성할 때 가장 먼저 줄여야 할 공무원의 업무추진비, 해외 출장경비는 거의 변함이 없다. 양평군의 시책업무추진비 비중은 전국 243개 지자체 중 61위이고 82개 군 단위 중에서는 단연 1위다.

단체장 업무추진비는 전국 55위다. 공무원 일 숙직비도 군 단위 평균이 8만 원인데 양평군은 377,000원으로 전국 14위에 해당하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긴축예산을 편성하면서 군민의 이해와 고통 분담을 호소했던 양평군이 편성한 예산의 내용을 보고 얼마나 많은 군민이 공감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