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립미술관 기획전시 「e.想세계_낯선정원」전 개막

-현대문명과 인간의 조화를 고민하는 28명의 작가의 작품

-‘문명의 발전이 반드시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해야 하는가?’ 질문 던져

양평군립미술관의 겨울 기획전시 「e.想세계_낯선 정원(이상세계 낯선 정원)」전이 28일 개막했다.

올해로 개관 12주년을 맞이하는 양평군립미술관에서 겨울 기획전은 가장 공을 들이는 메인 전시라 할 수 있다. 수년째 이어온 ‘빛의 정원’, ‘빛의 명화’ 등 ‘빛의 시리즈’의 동일한 패턴에 싫증 날쯤에 새로운 포맷이 등장했다.

전시 제목 ‘e.想세계(理想세계)’는 디지털 기술과 생태계가 조화를 이루는 유토피아를, ‘정원’은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는 공간 즉 우리의 행성을 의미한다고 미술관 측이 설명했다. 여기서 ‘낯선(unfamiliar)’의 의미는 28명의 전시 참여 작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낯선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것, 불안정한 것, 조화롭지 못한 것 등의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하거나, 새로운 가능성, 흥분된 미래, 희망 등 긍정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남표 작가는 호랑이, 사슴, 얼룩말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그들의 가죽으로 만든 가방과 하이힐 그리고 빨간색 코트를 입은 여자의 뒷모습을 한 화면에 넣었다. 또 다른 김남표의 그림에는 두 마리의 호랑이가 빨간색 코트를 입은 여자에게 달려드는 모습을 그렸다. 공격하는 모습이 아니라 같이 살자고 애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상우 작가는 멸종 위기의 양과 호랑이가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사진 작품을 내놓았다. 푸른빛으로 표현된 동물들의 눈에는 하트가 그려져 있다.

홍남기 작가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더욱더 직접적으로 인간에게 경고를 던지고 있다.

“이 행성의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주위 환경에 자연적인 평형을 이루면서 산다. 너희는 땅을 찾아 이동하지 자연 자원을 소비하며 증식하고 또 증식하지. 너희들이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방법뿐이다. 이 행성에 너희와 동일한 형태로 살아가는 다른 유기체가 있다면….” 이렇게 경고하는 화면 속 여자가 사람이 아닌 사이보그임이 드러나면서 갑자기 허물어지며 섬뜩한 다른 생명체의 공포스런 눈빛이 어둠 속에서 번뜩인다.

유일한 외국인 참여 작가인 토드 홀로우벡은 미디어아트 작품에서 “소나무와 가전제품으로 채워진 숲에서 사슴이 평화롭게 거닐고,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이 포유류가 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갈 것”을 호소한다.

신건하 작가의 시멘트 정물 조각은 파괴적인 문명도 시간이 흐르면 시멘트색에서 화려한 색깔을 되찾는다는 생명 회귀의 희망을 담아냈다.

감당하기 힘든 속도로 문명화되는 ‘낯선 생태계’에 대한 작가들의 메시지를 따라가다 피곤함을 느낄 때쯤 거대한 등받이를 가진 김상연 작가의 소파 그림 ‘존재’ 앞에 멈췄다. 한 사람이 앉기에는 너무나 큰 소파 귀퉁이에 난 자국(발자국처럼 보였지만 설명을 들으니 엉덩이 자국이었다)의 의미를 전시 안내요원에게 물었다.

“인간이 아무리 권력과 욕망을 좇아도, 결국 차지하는 공간은 요만큼 뿐이라는 의미 아닐까요”라는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