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워싱턴 아메리칸대학교 미술관서 12월 6일까지
- 최신 ‘박제’ 연작 중심…“잊힌 존재들이 우리의 시선을 되돌려줄 때”
- 1989년 양평 이주…보통 사람에서 버려진 생명으로 넓어진 시선
양평에서 작업하는 화가 안창홍의 미국 첫 개인전이 워싱턴 D.C.에서 열리고 있다.
아메리칸대학교 카첸 아트센터 미술관(American University Museum at the Katzen Arts Center)은 지난 5일《Ahn Chang-Hong: noon-mool》전을 개막했다.
전시는 오는 12월 6일까지 이어진다.
국제 미술전문매체 ArtDaily가 9월 6일 안창홍의 미국 첫 개인전 개막 소식을 소개했다. ArtDaily는 안창홍을 ‘영향력 있는 한국 현대미술가(influential Korean contemporary artist)’로 소개했다. 화면=ArtDaily
미술전문매체 ArtDaily는 6일 안창홍을 “influential Korean contemporary artist”, ‘영향력 있는 한국 현대미술가’로 소개하며 이번 전시가 그의 미국 첫 개인전이라고 보도했다.
전시는 미술관 두 개 층에 걸쳐 열린다.
대형 회화와 사진 기반 작업, 조각과 입체 설치 등 안창홍의 최근 작품과 주요 작업을 함께 보여준다.
전시의 중심에는 최근 작업인 ‘박제(Taxidermy)’ 연작이 놓였다.
안창홍은 박제된 동물을 촬영한 사진 위에 물감을 덧입힌다. 어린 사슴과 오소리, 랑구르원숭이 등에는 눈물이 그려져 있다.
실물보다 크게 확대된 동물들은 강렬한 화면 안에서 관객을 바라본다.
이번 전시가 내건 문장은 “When the Forgotten Return Our Gaze”다.
‘잊힌 존재들이 우리의 시선을 되돌려줄 때’라는 뜻이다.
미술관은 외면당하고 침묵당하거나 잊힌 동물과 인물들이 더 이상 수동적인 대상에 머물지 않고 관객을 되돌아본다고 설명한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외면하는지, 타인과 다른 존재에 대해 어떤 책임을 갖는지를 묻는다.
“문명을 먼 곳에서 바라보면 더 잘 보일 것 같았다”
안창홍은 1989년 서울을 떠나 양평으로 이주했다.
그는 과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양평으로 옮긴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문명을 먼 곳에서 바라보면 더 잘 보일 것 같아서.”
1953년생인 안창홍은 군사독재와 민주화,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시대를 통과했다.
1980년대에는 민중미술의 주요 흐름이었던 ‘현실과 발언’에 참여했지만, 집단의 획일적인 표현보다는 “자유롭고 개성적인 자기만의 언어”를 강조했다.
그가 오랫동안 화면에 불러들인 사람들도 유명인이 아니었다.
거리와 시장, 전철역에서 만나는 사람들, 양평의 이웃들이었다.
안창홍은 당시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는 역사의 뒤안길, 잊힌 민중들의 삶으로 역사를 바라본다.”
〈족사진〉, 〈아리랑〉, 〈Bed Couch〉 연작 등에서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과 몸을 통해 사회와 인간의 불안, 상처를 다뤘다.
이번 ‘박제’ 연작은 대상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역사와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관객을 바라봤다면, 이제는 버려지고 죽은 동물이 관객을 바라본다.
안창홍의 시선이 ‘잊힌 사람’에서 인간 바깥의 ‘잊힌 존재’로 넓어진 것으로 읽힌다.
“그림은 결국 소통이다”
안창홍은 자신의 작업을 두고 “그림은 결국 ‘소통’이고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들어가 골똘히 연구하는 조형어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전시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조지타운대학교 미술학과 문범강(BG Muhn) 교수와 아메리칸대학교 미술관장 잭 라스무센(Jack Rasmussen)이 공동 기획했다.
두 기획자는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안창홍의 문제의식과 함께 그가 회화에서 사진, 조각, 오브제와 혼합매체로 자신의 예술언어를 계속 바꿔온 과정에 주목했다.
이번에는 박제된 동물이 관객을 바라본다.
37년 전 안창홍은 문명을 좀 더 잘 보기 위해 양평으로 왔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열린 첫 미국 개인전에서 그는 다시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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