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는 언제부터 예술품이 되었을까? 라는 물음에 답하는 전시회가 한국도자재단(이사장 최문환)이 운영하는 이천시 경기도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현대도예-오디세이》로 명명된 이번 전시는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나라 도자예술이 해방 후 ‘전통공예’에서 ‘도자예술’로 발전하는 과정을 3개의 주제로 분류해 전시하고 있다.
전통공예에서 현대예술로 이어지는 길고 험난한 과정이란 의미에서 ‘오디세이’란 전시 명칭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전시에 나온 전시품은 경기도자미술관이 우리나라와 외국 유명 작가들로부터 모아온 17,000여 점의 소장품의 일부다. 1부는 ‘흙 현대 도예의 서막’으로 도예가 전통공예에서 창작미술로 진화하는 과정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1955년 서울 성북동에 록펠러재단의 문화지원금으로 국립박물관 부설 한국조형문화연구소가 도자기 가마를 열고 한국 도자기 문화의 재현과 발전을 모색하는 3년간의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어 한국미술품연구소의 대방동 가마(1956-1958), 한국공예시범소(1957-1960)가 등이 뒤를 이었다. 성북동 가마는 초기의 록펠러재단의 지원금으로 사업을 시작한 후 가마에서 만든 작품들을 판매해 지속가능한 창작활동을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운영난으로 3년의 짧은 실험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 실험은 한국 도자예술의 태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작가들 일부가 미국 유학을 다 녀오고, 이들을 중심으로 1960년대 전후로 대학에서 정규 도예 교육 시작되었다.
또 유근형(해강청자요), 지순택(고려도요), 조소수(광주요) 등의 1세대 도자 예술가들이 이천과 여주에 내려와 가마를 열고 작품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권순형, 김익영, 원대정 등 미국 유학파들이 본 세계미술은 ‘예술의 모든 분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사라지는 현상’을 목도했다. 회화가 조각의 영역이었던 3차원으로 확장되고 있었고, 당시에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던 피카소와 같은 작가들이 3천 점 이상의 도자기 작품을 창작하는 현상들을 보며 한국 도자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을 것이다.
도자는 얼마든지 캔버스가 되고, 조각이될 수 있다 는 가능성을 보았다. 2부 전시의 주제는 ‘흙, 물질과 조형 언어’다.
도자기가 생활 도구의 기능도 있지만, 흙이 가지는 물질적인 특성은 감각적인 동시에 추상적인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조형적 언어’가 될 수 있다 는 인식의 전환이다. 이번 전시를 보면 도자기가 그릇으로의 기능과 예술의 한 장르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청자와 백자로 대표되는 전통공예는 도자예술 발전에 경제적 토대가 되기도 했고, 그 경제성이 예술발전의 장벽이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일본 작가들의 작품도 그릇으로서의 ‘쓰임’을 벗어났을 때 ‘조형예술’로의 길을 모색할 수 있었다 는 점을 보여준다.
3부는 ‘흙, 현대 도예의 모색과 탐구’다. 1부의 현대 도자예술의 태동과 2부 ‘쓰임’과 ‘조형예술’의 갈등과 경쟁에 이어 그릇에서도 심미성을 추구하고, 도자예술의 회화성과 다 원성을 추구하는 작품들을 전시했다.
한편 경기도자미술관은 오는 26일부터 《자가처방 한국도예》전이 함께 열릴 예정이다. 《현대도예-오디세이》 전이 한국도예의 태동과 발전 과정, 그리고 세계적으로 현대 도예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입문용이라면, 《자가처방 한국도예》 전은 ‘K-문화’의 하나로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도예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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