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동물보호소에 고양이가 사라졌다 ③]
“등록했다가 죽으면…” 새끼고양이 앞에 놓인 15시간의 공백
“등록했다가 죽으면 입양하려는 사람에게 할 말이 없다.”
양평군 동물보호소 취재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보호소 관계자들은 어린 고양이가 보호소에 들어와도 잘 죽는다는 설명을 여러 차례 했다. 등록한 뒤 죽으면 책임 문제가 생긴다는 취지의 말도 나왔다.
등록한 고양이가 죽으면 기록이 남는다. 등록하지 않은 고양이가 죽으면 그 기록은 어디에 남는가.
예전에는 죽은 새끼고양이도 기록됐다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는 과거 양평군의 어린 고양이 기록이 남아 있다.
2018년 1㎏ 미만 고양이 34마리가 공고됐다.
5마리가 입양됐고 29마리가 자연사 또는 안락사로 처리됐다.
2019년에는 29마리 가운데 16마리가 입양됐고 13마리가 사망했다.
2020년에는 28마리 가운데 12마리가 입양됐고 15마리가 사망했다.
2021년에는 12마리 가운데 11마리가 입양됐다.
2022년에는 5마리 가운데 4마리가 입양됐다.
살아 나간 고양이도 기록됐고 죽은 고양이도 기록됐다.

출처: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구조동물 조회 API · 양평포스트 집계
2023년부터 보호도, 입양도, 사망도 ‘0’
2023년부터 숫자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보호 0건.
입양 0건.
사망 0건.
어린 고양이가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처음부터 국가시스템에 공고된 고양이가 없었다.
공개자료만 봐서는 2023년 이후 양평군 보호소에서 어린 고양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보호소 내부 기록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현장 취재에서 보호소 관계자들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상주하는 돌봄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15시간이다.
어미를 잃은 어린 고양이는 성묘와 다르다.
스스로 체온을 유지하기 어렵다.
수유가 필요한 고양이는 짧은 간격으로 먹여야 한다.
상태가 나빠지면 몇 시간 사이에도 위험해질 수 있다.
그런 고양이에게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사람이 없는 시간은 길다.
사람이 부족하면 다른 방법이 있어야 한다
모든 동물보호소에 24시간 직원을 배치하기는 쉽지 않다.
예산도 들고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밤에 사람이 없다는 사실과 어린 고양이를 돌볼 방법이 없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보호소에서 밤새 돌보기 어렵다면 동물병원과 연결할 수 있다.
경험 있는 임시보호자를 확보할 수도 있다.
민간 동물보호단체와 협력할 수도 있다.
밤에도 어린 고양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공고하지 않으면 시민은 존재 자체를 모른다
고양이가 보호소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시민이 알 수 있다.
입양하려는 사람이 나설 수 있다.
임시보호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
치료비나 물품을 후원하려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공고하지 않으면 시민은 그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공고는 행정절차이면서 동시에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다.
전체 고양이의 사망 기록도 줄었다
양평군 전체 고양이의 처리결과도 크게 달라졌다.
2018년에는 자연사와 안락사를 합쳐 45마리가 사망 처리됐다.
2019년 26마리.
2020년 19마리.
2021년 2마리.
2022년 4마리였다.
2023년과 2024년에는 0건이었다.
2025년에는 안락사 4건이 기록됐다.

출처: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구조동물 조회 API · 양평포스트 집계
공고되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다면 그 고양이는 이 통계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실제 입소자료와 폐사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20억원을 들여 지은 보호소
양평군은 약 20억원을 들여 2022년 동물보호소를 신축·확장했다.
건물은 커졌다.
하지만 어린 고양이에게 더 필요한 것은 먹이를 주는 사람이고, 체온을 확인하는 사람이고, 위급할 때 병원으로 데려갈 사람이다.
새 보호소가 문을 연 뒤 1㎏ 미만 고양이의 공개기록이 사라졌다.
양평군의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몇 마리가 들어왔고, 몇 마리가 죽었나
실제로 몇 마리의 고양이가 보호소에 들어왔는가.
그 가운데 몇 마리가 살아 나갔고 몇 마리가 죽었는가.
입소 날짜와 시간.
개체관리카드.
먹이를 준 기록.
수의사 진료기록.
폐사 발견 시간.
폐사체 처리기록.
이 자료를 맞춰보면 확인할 수 있다.
죽었다면 죽음도 기록돼야 한다
어린 고양이는 약하다.
보호소 관계자의 말처럼 실제로 많이 죽을 수 있다.
그렇다고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살리기 어려운 동물일수록 언제 들어왔고, 어떤 보호를 받았고, 어떻게 됐는지 더 정확히 기록해야 한다.
고양이가 보호소에 들어왔다면 그 사실이 남아야 한다.
살아서 나갔다면 어디로 갔는지 남아야 한다.
죽었다면 그 죽음도 기록돼야 한다.
양평포스트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나타나지 않은 고양이가 실제 보호소에는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고양이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관련 기록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자료: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구조동물 조회 API, 양평군 동물보호소 현장취재. 국가시스템 수치는 공고된 동물의 처리상태를 집계한 것이다.

READER COMMENTS
독자 의견 0
기사와 지역 공동체를 존중하는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