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간접영향권 마을 중 9개리 대표, 전진선 군수와 연장 합의서 서명 예정

매립장과 가장 가까운 망미1리·월산4리는 서명 불참

“2017년부터 대체부지 요구…3년 전부터 주민설명회 열어달라고 했다”

주민지원협의체 대표성·지원금 둘러싼 ‘기득권화’ 주장도 공개 제기

“누구의 땅인가?” “우리의 땅이다.”

“누구의 삶인가?” “우리의 삶이다.”

“누가 결정하나?” “주민이 결정한다.”

2일 오전 양평군청 앞 도로에 지평면 주민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무왕위생매립장 사용기간 연장에 반대하는 지평면 주민들이 군청 앞으로 모였다. 오전 9시로 예정된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50여 명이 참석했다. 최근 양평군청 앞에서 열린 지역 현안 집회 가운데 비교적 큰 규모였다.

2일 오전 양평군청 앞에서 열린 무왕위생매립장 재연장 반대 집회에서 지평면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주최 측 추산 25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장세원 기자

주민들은 “졸속 연장 안 된다”, “주민 없는 행정 중단하라”, “주민 무시 행정 규탄한다”고 외쳤다.

집회의 직접적인 계기는 이날 오전 10시20분 예정된 매립장 연장 합의서 서명이었다.

반대대책위에 따르면 매립장 간접영향권 11개리 가운데 망미1리와 월산4리를 제외한 9개리 주민대표가 전진선 양평군수와 연장 합의서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집회는 9개리 대표와 양평군의 합의를 중단시키고, 지평면 주민 전체의 의견을 다시 물으라는 요구였다.

“30년 쓰고 문화체육시설로 돌려준다고 했다”

김효성 매립장 연장반대 추진위원장은 30년 전 약속부터 꺼냈다.

김효성 매립장 연장반대 추진위원장이 2일 양평군청 앞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30년이 되면 지평면 문화체육시설로 돌려준다고 했다”며 매립장 재연장 중단을 요구했다. 사진=장세원 기자

“1997년도에 매립장을 시작할 때부터 30년이 되면 지평면 문화체육시설로 돌려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10시20분경 협의서에 서명을 한다고 합니다. 그걸 저지하기 위해 여러분들이 모이셨습니다.”

김 위원장은 합의서에 서명하더라도 반대운동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만약 이걸 저지하지 못해서 서명을 한다고 해도 우리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계속 투쟁하겠습니다.”

주민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주민들은 양평군이 매립장을 약 30년 사용한 뒤 공원이나 문화·체육시설 등으로 돌려주기로 했다고 주장한다.

내년이면 그 약속의 30년이 끝나는데, 군이 기존 매립장을 다시 연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형 쓰레기차는 계속 다니는데 주민 의견은 언제 물었나”

이승철 지평면 이장협의회장은 매립장을 지평면 전체의 생활환경 문제로 규정했다.

그는 인도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도로를 대형 쓰레기 운반차량이 수시로 오간다고 했다.

“주민들은 그 위험한 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의 안전과 생활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연장 결정 과정의 문제를 제기했다.

“지금 매립장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 과정에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민지원협의체도 거론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민지원협의체 구성과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부터 정확하게 확인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는 전진선 군수를 향해서도 직접 물었다.

“왜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도 듣지 않고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추진하시는 겁니까? 우리 지평면 주민들은 대체 누구를 위해 이런 부담과 희생을 감내해야 합니까?”

주민들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합의서는 무효다”고 세 차례 외쳤다.

이학표 “2017년부터 대체부지 마련해 달라고 했다”

이학표 망미1리 이장이 마이크를 잡자 분위기는 더 격해졌다.

이학표 망미1리 이장이 무왕위생매립장 재연장 반대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이장은 “2017년부터 대체부지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고, 3년 전부터 주민설명회를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사진=장세원 기자

이 이장은 매립장 연장이 갑자기 불거진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내년도가 30년, 군과 약속이 지켜지는 날인데 군수님께서 일방통행을 하고 있어요.”

그는 자신이 2017년부터 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대체 매립장 부지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저희가 2017년부터, 저도 대책위원장을 했지만 대체부지를 마련해 달라고 계속 얘기했어요.”

그는 주민 의견을 직접 듣는 자리도 요구했다고 했다.

“3년 전부터 주민한테 와서 주민 설명회라도 해줘라, 계속 얘기했습니다.”

주민들의 요구는 대체부지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기존 매립장을 계속 연장하기 전에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물어달라는 것이었다.

이 이장은 그 과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금 군청의 업무가 우리 주민을 무시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이거는 묵과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매립장 안 건축물의 적법성 문제도 다시 꺼냈다.

“매립장에 가보면 건물이 많죠. 이게 불법 건물이에요. 주민이 불법 건물을 지으면 철거하라고 하고 벌금을 부과할 겁니다. 그런데 군에서 한 것은 양성화시키겠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건축물별 허가·신고 여부와 양평군이 검토 중인 양성화의 법적 근거를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민지원협의체 향해 “누구를 위한 협의체인가”

이날 집회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도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주민지원협의체의 대표성과 운영 문제다.

집회 초반부터 주민들은 외쳤다.

“협의체는 누구인가.”

“누구를 위한 협의체인가.”

집회 참석자들은 현재 연장 협의에 참여하는 주민대표들이 실제 주민들의 위임을 받은 대표인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 연대발언에 나선 참석자는 주민지원협의체를 두고 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여기 계신 어르신들께서 ‘나를 대표로 뽑아달라, 도장 찍어달라’고 한 사람이 있어요?”

이어 말했다.

“자기네끼리 다 해먹는 거예요. 왜 그럴까요? 기득권 아니겠습니까. 그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거예요.”

그는 이날 연장 합의서에 서명할 예정인 대표들을 향해서도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대표 권한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집회에서는 주민지원협의체 일부 대표들이 장기간 협의체 활동과 주민지원사업을 통해 일종의 기득권을 형성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매립장 주변 마을에 지급되는 주민지원금과 각종 지원사업이 주민대표들의 연장 찬성 여부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집회장 한편에 ‘다음 생엔 원칙을 지키시길’ 등의 문구가 적힌 조화가 놓여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매립장 재연장 결정 과정과 주민지원협의체의 대표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장세원 기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협의체가 주민 의견을 전달하는 기구를 넘어 지원사업과 지원금 배분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중심이 된 것 아니냐는 이른바 ‘이권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이날 집회에서 특정 대표의 지원금 유용이나 금전적 위법행위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된 것은 아니다.

주민지원협의체의 구성 과정, 위원 선출 방식, 마을별 지원금 규모와 사용내역, 연장 합의 결정 과정은 별도의 자료 확인이 필요하다.

협의체와 이날 합의서 서명에 참여하는 주민대표들의 반론도 함께 들어야 할 사안이다.

“엄마가 몸이 아프니 네가 대신 가라고 했다”

망미1리 주민 이상호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씨는 현재 인천에서 노동조합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날 그가 군청 앞에 선 이유는 어머니 때문이었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망미리 정숙자 여사의 큰아들 이상호입니다.”

그는 집회를 앞두고 어머니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어머니께서 ‘내가 오늘 집회에 가야 되는데 몸이 아파서 갈 수가 없다. 큰아들인 네가 와서 쓰레기 매립장 연장하는 거 막는 집회에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주민들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이씨는 어머니가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

“너는 맨날 노조하다가 해고되고 수배되고 감옥 갔다 오고 전과만 쌓였는데, 이제는 나이도 60이 넘었으니까 쓰레기장 막는 투쟁해서 이거 한번 승리해서 엄마한테 선물로 안겨줘라.”

이어진 말에 주민들의 박수가 더 커졌다.

“또 감옥에 가야 한다면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 주민을 대변하기 위해서 쓰레기 매립장 연장 막는 투쟁하다 감옥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는 몸은 인천에 있지만 돌아올 곳은 지평면 망미리라고 했다.

“저는 큰아들로서 지난번 석불역 투쟁할 때도 몸은 인천에 있었지만 다시 돌아올 제 고향 양평, 그리고 지평면 망미리를 위해서 싸웠습니다.”

어머니는 전진선 군수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고 한다.

“그래도 동네 어른이다. 군수님한테 너무 심하게 하지는 말아라.”

그러면서도 매립장 연장은 막아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나 죽으면 끝이지만 네가 또 3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이거 연장되면 너 죽을 때까지 안 없어진다. 우리 손주들도 이 쓰레기 매립장을 보게 된다.”

이씨는 “양평군수는 양평군의 왕이 아니라 주민의 일꾼이고 대변자”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다시 “양평군수 각성하라”고 외쳤다.

9시 집회인데 도로에는 승용차 2대

집회는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주최 측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양평군청 앞 도로에 집회 신고를 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집회 장소에 승용차 2대가 주차돼 있었다.

주최 측은 차량 이동을 요구했다. 군과 경찰에도 조치를 요구했다.

차량은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대로 있었다.

사회자는 집회 시작 전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오늘 저희가 여기 9시부터 집회를 신고했는데 지금 군하고 경찰에서 이 앞에 차량을 빼주질 않았습니다.”

집회 대열을 제대로 갖추는 데도 차질이 생겼다.

집회 참석자들은 차량 이동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외부 연대발언에 나선 한 참석자도 “아침 8시30분에 도착했는데 차 하나 빼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저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답답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단순한 불편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회자는 “집회가 끝난 후 손해배상 청구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참석 주민들의 확인 서명을 받아달라고 마을 이장들에게 요청했다. 대책위는 집회 장소에 차량을 방치한 소유자와 차량 이동 요구에 응하지 않은 군·경찰의 책임을 검토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차량이 어떤 경위로 집회 신고 장소에 주차됐는지, 군과 경찰에 실제 이동 권한과 의무가 있었는지, 주최 측의 이동 요청에 어떤 답변을 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60명에서 250명으로

무왕위생매립장을 둘러싼 지평면 주민들의 반발은 최근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30일 군청 앞 집회에는 60여 명의 주민이 참석했다.

이날은 250여 명으로 늘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농촌 마을의 평일 오전 집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학표 이장은 마이크를 잡고 “바쁜 일정에 날씨도 더운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200명 넘게 오셨다. 이게 누구를 위해 온 것이냐”고 물었다. 주민들은 박수로 답했다.

이날 참석자들이 요구한 것은 매립장 연장 합의서 서명을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30년 전의 약속을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대체부지 마련 여부를 공개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민에게 직접 물으라는 것이었다.

“누구의 삶인가?”

주민들이 답했다.

“우리의 삶이다.”

“누가 결정하나?”

“주민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