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가족들은 먼저 시간을 계산한다.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는가. 그곳에서 검사와 수술, 입원이 가능한가. 다른 지역으로 다시 옮겨야 하는가. 생명이 위급한 순간에도 양평군민은 병원의 거리와 수용 가능성부터 걱정해야 한다.

양평에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인 양평병원이 있지만, 지역응급의료센터를 갖춘 종합병원은 없다. 경기도 병상수급·관리계획도 양평을 응급의료와 분만, 소아청소년과가 취약한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인구 약 13만 명뿐 아니라 넓은 면적, 높은 고령인구 비율, 부족한 대중교통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은미 후보가 제시한 종합병원급 응급의료센터 공약은 처음부터 1호 공약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덜어내자는 뜻에서 내부적으로 ‘마이너스 공약’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동안 국립교통재활병원에 응급실을 설치하면 된다는 주장이 반복됐다. 그러나 이 병원은 자동차사고 후유장애인의 전문재활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자동차보험 재원으로 일반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문제는 법률의 목적과 재정부담, 기존 병원의 기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법 하나만 고치면 응급실을 만들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또 다른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처음 검토된 대안은 양평군이 매년 100억 원 규모의 응급의료기금을 조성해 자체적인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구호보다 군이 감당할 책임부터 분명히 하자는 접근이었다.

이후 새로운 길이 열렸다. 2026년 제정된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은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설치와 의료취약지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특별회계 관련 조항은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밝힌 재정 규모는 연간 1조2천억 원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30조에 따르면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종합병원 가운데 시·도지사가 지정한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실 간판 하나를 다는 사업이 아니다. 24시간 응급진료와 검사, 수술, 입원, 전문 진료과목의 당직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양평에 필요한 것은 응급실을 뒷받침할 급성기 종합병원이다.

의사 출신 의료정책 전문가인 김윤 국회의원은 양평의 급성기 병상 수요가 600병상 이상인데 현재 공급은 약 130병상에 불과해 470병상가량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300병상급 종합병원과 지역응급의료센터 구축에 약 1,800억 원, 4년간 매년 약 450억 원이 필요하다는 추산도 제시했다. 이는 정부 확정 사업비가 아니라 앞으로 타당성 조사를 통해 검증해야 할 전문가 추계다.

양평이 검토할 현실적인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국립교통재활병원에 별도의 급성기 진료 기능을 추가해 지역응급의료센터를 갖춘 종합병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확보된 부지와 시설, 서울대학교병원의 운영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학병원 의료진과 중증환자 전원체계를 연계하는 데도 유리하다.

반면 기존 재활병원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일반 응급·급성기 진료를 추가하려면 별도의 재원과 병동, 의료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보험 재원과 일반 보건의료 재정도 분리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서울대병원 간 협의가 필수적이다.

둘째는 양평병원을 양평군이 인수하거나 공공 운영체계로 전환해 군립병원으로 육성하는 방안이다. 기존 의료진과 환자 기반, 지역 내 접근성을 활용할 수 있다. 응급·소아·분만 등 수익성이 낮지만 꼭 필요한 진료과목을 정책적으로 유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수비와 부채, 시설 상태, 증축 가능성, 의료진 고용과 장기 운영적자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군이 직접 운영할지, 지방의료원 형태로 전환할지, 대학병원에 위탁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군립화 자체가 종합병원이나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두 방안을 미리 정답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별도의 공공종합병원 신설과 두 병원의 기능 연계까지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건립비나 인수비뿐 아니라 의료진 확보 가능성, 주민 접근시간, 응급수술 능력, 운영비와 국가 지원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병원이 아니라 체계를 세워야 한다. 응급의학과·외과·내과·마취통증의학과·영상의학과 의료진과 수술실, 중환자실, 입원 병동이 필요하다. 양평군보건소와 119구급대, 양평병원, 국립교통재활병원, 지역 의원과 수도권 대학병원이 연결되는 이송·전원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이 사업은 한 번의 선거로 끝낼 수 없다. 의료수요 조사와 운영모델 결정, 중앙정부 협의, 설계와 공사, 의료진 채용까지 여러 해가 걸린다. 군수나 의회 다수당이 바뀐 때마다 계획이 중단된다면 어떤 방안도 성공할 수 없다.

국립교통재활병원의 종합병원화냐, 양평병원의 군립병원화냐를 놓고 후보들이 경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에는 경쟁을 협력으로 바꿔야 한다. 여당은 정부와 경기도의 행정·재정 지원을 끌어내고, 야당은 국회와 의료정책 전문가를 연결해야 한다. 양평군의회도 정당을 넘어 타당성 조사와 기금 조성을 뒷받침해야 한다.

특히 2027년 시작되는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에서 양평의 못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특별회계가 생긴다고 양평에 재원이 저절로 배정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의 의료취약지역이 같은 재원을 놓고 경쟁한다. 준비된 지역만 국비를 가져올 수 있다.

양평군은 즉시 의료수요와 진료권 분석에 착수하고, 세 가지 대안의 비용과 효과를 비교하는 공식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여야 정치인과 의료계, 주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범군민 추진기구도 구성해야 한다. 경기도의 2027년도 필수의료 시행계획과 정부 예산에 양평 사업을 반영하도록 하나의 계획과 목소리로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