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이 좋아 이사온지 1주일 만에 산사태로 1억 2천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주민에게 산사태의 원인이 되었던 건축업자로부터 1억 원을 빌려달라는 요 청을 거절한 지 1주일 후에 집으로 들어오는 진입도로에 건축주의 사유지가 포함되어 있다 며 컨테이너로 막아버리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2년 8월9일 발생한 양평군 옥천1리 산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인 조00 씨. 남양주에서 의류 부자재 공장을 운영하는 조 씨는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2022년 7월 말 양평군 옥천면 옥천리로 이사를 왔다. 중부권에 집중호우가 내리던 8월 9일, 조 씨의 집 위쪽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조 씨의 벽돌집은 처마높이까지 흙더미가 쌓이는 큰 손해를 입었다.
조 씨가 다 시 옥천리 집으로 돌아간 것은 산사태 이후 2주 만이다. 그동안 가족들은 남양주 공장 사무실에서 임시거처를 마련해 한여름 무더위 속에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시간을 보냈다.
재난을 당한 주민에게 자치단체가 숙박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안내 조차 받지 못했다. 주택 복구 비용으로 1억 2천만 원이 지출되었지만, 지방정부로부터 받은 보상비는 900만 원뿐이었다. 무엇보다
조 씨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산사태가 난지 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산사태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산사태의 원인이 일반 산사태인지, 조 씨의 집 위쪽 100m 위쪽에 건축 중인 9채의 주택 건설로 인한 산사태인지 명확한 결론이 지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사태의 원인에 따라 일반 산사태의 경우 복구 의무자가 산림청이 되고, 주택 건설로 야기된 산사태라면 건축주가 복구 의무자가 되기 때문이다. 산림청의 현장조사 결과 복구 책임은 건축주에게 있다 는 결론이 났다.
건축주에게 복구책임이 있다 는 결론이 난 이후에도 산지 복구는 지연되고 있었다. 복구가 지연되는 동안 조 씨의 집으로 바위가 폭탄 소리를 내며 굴러떨어지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지금도 조 씨의 집 잔디마당에는 10t 크기의 바위가 정원석으로 놓여있다. 산사태 당시 굴러 내려온 바위인데, 너무 무거워 치우기가 어려워 정원석으로 쓰는 중이다. 조 씨를 비롯한 주민 3명은 지난 8월 중순, 건축주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름답고 좋은 제안을 하겠다’라며 만나자는 연락이었다. 8월23일 토요 일에 산사태 피해 주민 집에 나타난 주택건설업자는 조 씨를 비롯한 참석자 3명에게 ‘자신의 땅을 담보로 제공할 테니 1억 원을 빌려달라’ 요
구를 해왔다. 이 요 구를 거절한 지 1주일 후에 조 씨를 비롯해 7 가구가 통행로로 이용하는 ‘들꽃마을길57번길’을 컨테이너와 바위가 막아섰다.
컨테이너는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를 1. 2m만 남기고 막아서 자동차 통행은 불가능해졌다. 조 씨 등 23가구 주민이 자동차로 통행할 수 있는 도로가 한 곳이 더 있지만, 170도 꺾어진 도로 폭 4m 남짓의 급경사 길이어서 자동차가 지나가려면 두세 번 핸들을 꺾어야 하고 특히 야간에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 사고의 위험도 크다.
주민들은 양평군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컨테이너가 놓인 토지는 사유지라 도로 불법전용으로 처리할 수 없고, 양평경찰서는 교통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는 내용으로 검찰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산사태로 삶의 터전을 잃고도 보상은 턱없이 부족했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복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재난 피해자로서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조 씨는 오히려 원인 제공자로 지목된 건축업자의 터무니없는 요 구와 보복성 도로 봉쇄에 시달리고 있다. 공공의 안전보다
사유지 논리에 갇혀 행정과 사법기관이 뒷짐만 지는 사이, 조 씨와 이웃 주민들은 집으로 드나드는 길마저 마음 놓고 이용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억울함은 피해 주민의 몫으로만 남겨지고, 책임져야 할 이는 책임을 회피하는 현실이야말로 더 큰 재난이다. 조 씨가 겪는 이 기막힌 사연은 ‘누구도 나를 대신해 주지 않는다’라는 절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끝내 외면된다 면, 재난은 단지 자연의 재앙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또 다 른 고통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한편 기자는 건축주 A씨에게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문자로 신분을 밝히고 이틀에 걸쳐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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