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시간이 나서 240페이지에 달하는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읽었습니다. 양평군 개발허가 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보며 한동안 말을 잇기 어려웠습니다. 이건 단순한 실수나 행정 착오로 보기 어렵습니다.
보고서에는 공사 편의를 봐준 정황, 이권 개입, 부당한 부탁, 향응 수수가 적혀 있습니다. 제가 가장 충격을 받은 대목은 한 공무원과 개발사업자 사이에 오간 일입니다.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공사중지 명령을 받은 사업자가 장마 전에 외벽공사를 해야 한다
며 공사 재개를 부탁하자, 담당 공무원은 “재해 예방 조치 명령을 해줄 테니 필요 한 공사를 하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실제 접수된 민원도 없었는데 집단 민원 가능성을 이유로 재해 예방 조치 명령이 내려졌고, 현장에서는 보강토 옹벽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6월 9일 저녁, H는 사업자 측으로부터 7만1천 원 상당의 식사 접대를 받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고맙다 는 뜻을 보이며 “다
음에는 소고기를 사달라”고 말한 것으로 감사원 보고서에 적혀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이미 충분히 놀랐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그다
음에 벌어졌습니다. 6월 23일, H는 다 시 사업자 측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날 H는 사업자에게 공사중지 명령이 풀릴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고, 같은 날 식사 자리에서 가족여행에 가져갈 소고기 포장까지 부탁했습니다. 감사원은 이 식사와 소고기 포장 등을 합쳐 31만3,350원 상당의 향응으로 봤습니다. 특히 소고기 포장 금액만 24만4,600원으로 적혀 있습니다.
더 심각한 대목도 있습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식사 자리에서 사업자는 그동안 편의를 봐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개발 사업지 일부를 싸게 주고 싶다 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H는 그 땅을 사서 등기하기 전에 되파는 방식, 즉 미등기전매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며칠 뒤인 6월 28일, 사업자의 아들이 H에게 분양계약서 초안을 보냈습니다. 감사원 보고서에는 그 내용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계약금은 1억 원. 등기 전에 되팔 수 있음. 그렇게 하면 5,200만 원 정도의 차익을 얻을 수 있음.
쉽게 말하면, 사업지 일부를 싸게 받아 되팔아 5천만 원 넘는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는 뜻입니다. H는 자신이 사기로 한 필지를 다
른 사람에게 넘기지 말고 빼두라고 말하는 등 계약할 뜻을 보였지만, 며칠 뒤 위험하다 고 생각했는지 철회했다 고 감사원은 적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접대 문제가 아닙니다. 공무원이 사업자 편의를 봐주고, 그 사업지 일부를 싸게 받아 이익을 볼 수 있는지까지 검토한 정황입니다. 또 하나 더 있습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H는 자기 이모 소유 농지 문제에도 사업자를 끌어들였습니다. 사업자가 H의 이모에게 땅 사용 동의를 받기 어렵다 고 하자, H는 이모가 원하던 보강토 옹벽 공사를 싸게 해주면 자신이 말해주겠다
고 했습니다. 실제로 사업자는 이모 땅에 보강토 옹벽 공사를 했고, 공사비 약 1,300만 원 중 약 300만 원을 사업자 측이 부담한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그 뒤에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H는 개발허가가 취소된 뒤에도 자기 이모 땅의 배수로 공사를 계속 확인했고, 결국 사업자 측은 2024년 4월쯤 1,200만 원 상당의 배수로 공사까지 하게 됐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행정입니까. 저는 모든 공무원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공무원은 묵묵히 자기 일을 합니다. 오히려 이런 일 때문에 성실한 공무원들의 명예가 함께 다 칩니다.
그래서 더 엄정하게 물어야 합니다. 양평의 개발행정은 다 시 세워져야 합니다.
이번 감사보고서는 양평군민 모두가 꼭 읽어봐야 할 보고서입니다. 그리고 다 음 군정이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과제입니다.
참고로 이 감사보고서는 감사원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다 운받아 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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