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농협 규약상 조합장 보수 연간 환산액 약 1억1,199만원
연봉 삭감·업무추진비 공개 약속…실제 집행은 검증 어려워
배당 못 받는 조합원에게 경영 악화의 원인과 책임 설명해야
농협은 조합장이 소유한 회사가 아니다. 조합원들이 출자하고, 농산물을 출하하고, 사업을 이용하며 함께 일궈온 협동조합이다. 조합의 재산은 조합에 귀속되지만, 그 형성과 운영의 바탕에는 조합원의 출자와 이용, 오랜 시간 축적한 공동의 성과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농협은 조합원들이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재산이다.
조합장은 그 재산의 소유주가 아니라 관리를 맡은 사람이다. 조합원의 선택으로 권한을 얻은 만큼 얼마의 보수를 받고, 어떤 판단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며, 손실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조합원이 이를 묻는 것은 경영에 대한 간섭이 아니다. 자신이 참여한 조직의 운영을 평가하고 감독하는 일이다.
그러나 양평의 농협을 취재하는 과정에서는 이 기본적인 질문조차 답을 얻기 어려웠다. 양평포스트는 양평군 농·축협 조합장들에게 공통 질문지를 카카오톡으로 보내 보수와 경비 공개 등에 관한 설명을 요청했다. 기사 작성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농협중앙회에 제기한 정식 정보공개 청구에는 자료 부존재 통보가 돌아왔다. 선거 때는 조합원을 주인이라고 부르면서, 정작 그 주인이 경영을 평가할 정보에는 접근하기 어렵다면 조합원 중심 경영은 무엇으로 입증할 것인가.
규약으로 계산한 억대 보수, 실제 지급액은 얼마인가
양평포스트가 확보한 지평농협의 ‘임원보수 및 실비변상규약’은 조합장 보수를 가늠할 구체적인 기준을 보여준다. 양평군에서 비교적 자산 규모가 작은 농협에 속하는 지평농협의 규약에는 조합장의 월 기본급이 583만3천원, 성과연봉 지급률이 기본연봉의 60%로 기재돼 있다. 월 기본급을 12개월로 환산하면 기본연봉은 6,999만6천원이다. 여기에 기재된 지급률을 적용한 성과연봉 4,199만7,600원을 더하면 연간 환산액은 1억1,199만3,600원이다.
※ 확보한 규약 별표 1·2에 따른 계산. 1년간 재임하며 기재된 성과연봉 지급률을 감액 없이 적용한 경우다. 실제 지급액을 확인한 수치는 아니다. 특별성과금·중식비·복리후생비·퇴직급여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한 지역 현직 조합장은 앞선 취재에서 규모가 작은 농협의 조합장 연봉은 약 1억원, 큰 농협은 1억3천만~1억4천만원 수준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평농협의 규약상 환산액은 현직 조합장이 설명한 보수 수준과 대체로 부합한다. 억대 보수의 기준이 확인된 만큼 실제 지급액과 그에 상응하는 성과·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연봉 30% 삭감·반납, 선거 때의 약속은 지켜졌나
보수 문제는 외부에서 갑자기 제기한 의제가 아니다. 후보들 스스로 선거 때 개선을 약속했다. 한현수 양평농협 조합장은 2019년 당선자 인터뷰에서 4년 전 내걸었던 연봉 30% 삭감 공약을 지켰다고 밝혔다. 당시 보도는 공약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설명을 담고 있다. 급여자료를 통해 실제 삭감액을 검증한 것은 아니다.
이경구 개군농협 조합장도 2023년 취임 당시 선거공약인 연봉 30% 반납을 실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9년 양서농협 선거에서는 강금숙·이희태 후보가 각각 연봉 30% 삭감을 약속했다.
서로 다른 조합과 선거에서 비슷한 공약이 반복됐다. 이는 보수 수준과 조합원에게 돌아갈 몫이 선거에서 평가받아야 할 문제로 제시됐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당선 이후에는 얼마를 줄였는지 설명해야 한다. 기본급만 줄였는지, 성과급과 수당을 포함한 총보수를 줄였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어느 기간까지 약속을 유지했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업무추진비 공개 역시 후보가 직접 제시한 약속이다. 2019년 용문농협 선거에서 강성욱 후보는 조합장 업무추진비 전면 공개와 전용차량 폐지, 조합원에 의한 보수 결정을 공약했다.
양평포스트가 확인한 범위에서는 용문농협 홈페이지에서 해당 업무추진비 공개자료를 찾지 못했다. 홈페이지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약 미이행을 단정할 수는 없다. 조합원에게 다른 방식으로 공개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개한 기간과 항목, 열람 방법을 안내하면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공약은 조합원의 선택을 얻기 위해 한 약속이다. 그 약속을 지켰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일도 공약 이행의 일부다.
규약을 공개한 회천농협, 질의에 답 없는 양평농협들
회천농협은 홈페이지에 비상임 임원의 실비변상과 관리성과금 지급 기준을 포함한 ‘임원보수 및 실비변상규약’을 게시하고 있다. 자료를 내려받으려면 온라인 회원가입이 필요했다. 기자는 회천농협에 전화해 담당 직원의 안내를 받은 뒤 규약을 내려받을 수 있었다. 외부인이 보수의 구조와 결정 근거를 살펴볼 수 있도록 자료를 게시하고 이용 방법을 안내했다. 보수·경비 관련 공통 질의에 답변이 없는 양평의 현실과 대비된다.
총액 모른 채 인상률만 승인…의결만으로 충분한가
보수를 총회에서 결정했다는 설명만으로 투명성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의결하는 대의원에게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됐는지가 중요하다.
이투데이는 2019년 8월 12일 관악농협의 보수 결정 과정을 보도하면서, 2018년 정기대의원회의 자료에 구체적인 보수액 없이 ‘통상임금기준 2.65% 반영’이라고만 기재됐다고 전했다. 2017년 자료에도 구체적인 보수액 대신 2% 반영이라는 내용만 적혔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는 기준 금액을 모르는 상태에서 인상안을 의결하는 데 대한 대의원의 문제 제기도 담겼다.
이는 양평의 조합에서 같은 일이 있었다는 증거는 아니다. 그러나 대의원회의 승인이라는 형식과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심의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 금액을 모르면 인상률만으로 얼마가 늘어나는지 계산할 수 없다. 기본급 인상이 성과급 등 다른 지급 항목에도 영향을 준다면 총보수의 변화는 더욱 파악하기 어렵다. 대의원이 실질적으로 심의하려면 항목별 지급 기준과 인상 전후 금액, 연간 총액을 함께 볼 수 있어야 한다.
배당 못 받는 조합원, 성과보수는 책임을 나눴나
이 질문은 경영이 악화된 조합에서 더 무겁다.
일부 조합의 조합원들은 경영부실로 배당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공동으로 쌓은 성과가 줄고, 조합원에게 돌아갈 몫도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손실을 낳은 판단과 경영진의 책임도 함께 설명돼야 한다.
어떤 사업과 대출에서 손실이 발생했는지, 위험을 언제 파악했는지, 이사회는 어떤 대응을 결정했는지 조합원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손실을 줄이고 경영을 회복할 계획이 무엇인지도 평가받아야 한다. 결산자료에 결과를 적어 놓는 것만으로 설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숫자를 읽을 수 있도록 원인과 의사결정 과정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조합원에게 돌아온 손실이 구체적인 만큼 설명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조합장의 성과보수 역시 그 책임에서 빠질 수 없다.
지평농협 규약 제5조 제3항은 거액사고나 적자발생 등으로 경영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을 때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을 감액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회천농협이 공개한 규약에서도 동일한 감액 문구가 확인된다. 적자가 나면 자동으로 성과보수를 삭감한다는 뜻은 아니다. 조합별 적용 규정과 이사회 판단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감액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있다면 경영 악화 때 이를 검토했는지 묻는 것은 정당하다.
양평농협과 용문농협 등 경영 악화가 문제 된 조합에는 어떤 규정이 있는가. 해당 연도 조합장 성과보수는 얼마였고, 감액을 논의하거나 의결했는가. 지급했다면 어떤 성과와 기준을 적용했는가. 현재 확보한 자료와 답변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조합원은 배당을 받지 못하는데 조합장의 성과보수는 어떻게 결정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 경영의 결과와 책임을 함께 평가할 수 없다.
공동재산을 맡길 사람, 공개하는 태도부터 봐야 한다
이번 특집의 출발점이었던 대의원 선거의 알 권리 문제도 여기에 닿아 있다. 조합원은 자신의 공동재산을 누가 감독하고 관리할지 선택한다. 후보의 경력과 공약뿐 아니라 현직자의 경영성과, 보수와 경비, 손실에 대한 대응을 알아야 그 선택이 실질적인 권한이 된다.
투표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인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선택에 필요한 정보가 제공되고, 선출된 사람의 판단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대의원 역시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질문하고 심의할 수 있어야 조합원을 대신하는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정보공개에 응하는 태도는 공동재산을 맡길 사람을 고르는 기준이어야 한다. 불리한 경영 결과도 설명하는지, 질문에 답하는지, 선거 때의 약속을 자료로 검증받는지 살펴야 한다. 조합원을 주인으로 대하는지는 인사말보다 이런 순간에 드러난다.
억대 보수 자체가 부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만한 업무와 책임, 성과가 있다면 설명하고 평가받으면 된다. 문제는 공동재산에서 지급되는 보수의 기준과 실제 집행을 확인하기 어렵고, 경영 악화에 따른 책임조차 검증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농협의 경영정보를 경영진만 알고 있어서는 안 된다. 조합원은 공동의 성과와 손실을 함께 부담하는 구성원이다. 무엇을 결정했고, 왜 손실이 났으며, 누가 어떤 책임을 졌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조합원을 주인이라 부른다면, 이제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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