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의 한 농협 조합원 A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출자금을 줄였다.

600만원가량 넣어두었던 돈을 회수했다. 올해 다시 넣은 출자금은 50만원이다.

이유를 물었다.

“조합 경영상태가 불안했다”고 했다.

한 조합원의 선택을 전체 조합원의 생각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출자금을 줄이는 이유도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출자금은 단순한 예금이 아니다.

조합원이 자신의 농협에 직접 넣은 자본이다.

조합원이 자기 농협에 맡긴 돈을 줄이기 시작했다면, 그 이유는 한 번쯤 물어볼 필요가 있다.

9개 조합 모두 연체율·부실여신 비율이 높아졌다

양평포스트는 양평·양서·용문·지평·개군·양동·청운농협과 양평축산농협, 양평군산림조합 등 9개 조합의 경영공시를 비교했다.

2022년말과 2026년 6월말을 놓고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9곳 모두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연체율이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은 농협이 빌려준 돈 가운데 정상적인 회수가 어려워진 것으로 분류한 여신이다.

양동농협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13%에서 13.32%로 높아졌다. 양평농협은 1.96%에서 12.76%, 용문농협은 2.52%에서 8.54%가 됐다.

연체율도 같은 방향이었다.

양평농협은 2.11%에서 10.48%, 양동농협은 0.44%에서 11.59%, 용문농협은 2.08%에서 9.91%로 상승했다.

조합마다 원인은 다를 수 있다.

몇 년 전 내준 대출이 뒤늦게 부실해졌을 수도 있다. 부동산 경기와 고금리라는 외부환경도 있었다.

그래서 이 숫자만으로 현 조합장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경영자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조합원의 돈을 지키는 경영자의 판단과 위험관리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좋을 때는 차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려워지면 어떤 대출을 거절했는지, 담보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위험을 언제 발견했는지, 연체가 시작된 뒤 얼마나 빨리 돈을 회수했는지가 드러난다.

그것이 경영이다.

또 다른 농협도 상반기 적자로 돌아섰다

지역의 또 다른 농협에서도 실적 악화가 나타났다.

2025년 연간 7억500만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2026년 상반기에는 3억56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연간과 반기 실적은 기간이 달라 감소율로 직접 비교할 수 없다. 다만 지난해 흑자를 냈던 조합이 올해 상반기를 적자로 마쳤다는 점은 수익성 악화의 신호다.

2026년 6월말 연체율은 9.91%,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54%였다. 2022년말의 2.08%, 2.52%보다 각각 7.83%포인트, 6.02%포인트 높아졌다.

이익이 줄어드는 동안 회수가 어려워진 대출의 비중은 커졌다. 적자 발생 원인과 충당금 부담, 채권 회수 상황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9년 동안 번 돈, 2년 적자가 93% 지웠다

한 조합의 장기 실적을 보면 변화의 크기가 더 선명하다.

현 조합장이 취임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이 조합은 9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9년 동안 쌓은 당기순이익은 280억4300만원이었다.

2015년 28억4500만원, 2016년 25억2300만원, 2017년 22억3700만원을 벌었고 이후에도 흑자를 이어갔다.

그러다 방향이 바뀌었다.

2024년 9억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5년 순손실은 251억7600만원으로 커졌다.

두 해를 합하면 260억8000만원이다.

앞선 9년 동안 벌어놓은 순이익의 약 93%가 두 해의 적자로 상쇄된 셈이다.

2026년 상반기에는 63억700만원의 순이익을 내며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아직 끝난 이야기는 아니다.

같은 시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76%, 연체율은 10.48%였다.

흑자로 돌아선 것과 부실대출이 정리된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손실은 조합원의 몫에도 닿았다

경영등급이나 연체율은 조합원에게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다.

배당은 다르다.

직접 돈으로 돌아온다.

해당 농협은 조합원 안내문에서 최근 2년 동안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026년에는 다시 배당할 수 있도록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결산 과정에서 사용된 조합원의 사업준비금도 앞으로 3~5년에 걸쳐 다시 적립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악화가 숫자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조합원이 받아야 할 배당이 멈췄다.

오랜 기간 쌓아놓은 내부 적립금도 다시 채워야 한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지평의 한 조합원은 출자금 600만원을 회수하고 50만원만 다시 넣었다.

두 사례를 같은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통된 질문은 남는다.

조합원은 자신의 돈이 들어간 농협의 상태를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1등급 다섯 곳이 한 곳이 됐다

문제는 한 농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2년말 양평지역 7개 지역농협 가운데 경영실태평가 1등급은 5곳이었다.

2025년말에는 한 곳으로 줄었다.

2026년 6월말에도 1등급은 개군농협 한 곳이다.

양서·용문·지평·양동·청운농협은 2등급, 양평농협은 3등급이다.

현 조합장 임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2022년말과 비교해 현재 등급이 더 높아진 지역농협은 한 곳도 없다.

전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선명하다.

2025년말 전국 지역농협 915곳 가운데 872곳, 95.3%가 1·2등급이었다.

3~5등급은 43곳, 4.7%였다.

양평지역 농협의 경영상태를 “전국 농협이 모두 어려웠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경기도는 지역농협 132곳 가운데 1등급 85곳, 2등급 40곳으로 125곳, 94.7%가 1·2등급이었다. 3등급은 7곳, 5.3%였고 4·5등급은 없었다.

2025년말 경영실태 평가 등급별 조합수. 자료: 농협중앙회 정보공개청구 회신.
2025년말 경영실태 평가 등급별 조합수. 자료: 농협중앙회 정보공개청구 회신.

조합원이 알아야 할 정보는 어디까지인가

여기서 이번 기사의 또 다른 질문이 시작된다.

조합은 이런 상황을 조합원에게 얼마나 설명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농협 정관은 사업보고서 공개 등 조합원에게 운영 상황을 알리는 절차를 두고 있다.

또 여신 고객별로 전월 말 자기자본의 5%를 초과하는 부실대출이 새로 발생하면 수시공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조합원이 위험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때, 알아보기 쉽게 받았는가다. 실제 공개·설명 여부는 후속 취재에서 확인할 예정이다.

21개 질문을 보냈다…답은 없었다

양평포스트는 9개 조합장에게 같은 공통질문지를 보냈다.

경영성과만 묻지 않았다.

부실여신이 어떤 업종에서 발생했는지, 거액대출 가운데 부실화된 사례는 몇 건인지, 담보 재평가와 충당금 적립, 부실채권 매각은 어떻게 했는지 물었다.

조합장 보수와 업무추진비, 대의원 선거, 채용과 정보공개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공개하기 어려운 자료는 이유를 설명하고 공개 가능한 범위만 제시해도 된다고 했다. 사실관계에 이견이 있다면 근거자료와 함께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사 작성 시점까지 9개 조합 가운데 답변을 보내온 곳은 한 곳도 없다.

답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 경영 부실의 증거는 아니다.

그러나 조합은 일반 회사와 다르다.

조합원이 출자금을 냈다.

조합원이 주인이다.

주인이 묻는데 설명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농협이 생각해봐야 할 경영 문제다.

이제 숫자 뒤로 들어간다

이번 기사는 성적표를 펼쳐놓는 데서 시작했다.

다음부터는 그 숫자가 만들어진 과정을 따라간다.

〈돈을 빌려주는 농협, 그 돈은 안전한가〉에서는 부실대출의 실행 시점과 심사 과정, 담보평가, 연장과 회수 과정을 추적한다. 현재의 부실이 어느 시기의 결정에서 시작됐는지도 확인한다.

이어 〈조합장이라는 자리, 얼마나 강한가〉에서는 조합장과 상임이사, 이사회의 실제 권한과 책임을 살핀다.

〈조합원은 주인인가, 선거 때만 주인인가〉에서는 대의원 선거와 총회, 정보공개가 얼마나 열려 있는지 확인한다.

〈농협은 농민의 장사를 얼마나 돕고 있나〉에서는 예대마진과 보험판매가 아니라 계약재배, 공동선별·공동판매, 가공·유통처럼 농민의 소득과 직접 연결되는 경제사업을 살핀다.

마지막으로 경영을 개선하고 조합원 참여를 넓힌 국내외 농협 사례도 찾아볼 예정이다.

이번 기획의 목적은 어느 조합에 낙제점을 주는 것이 아니다.

잘한 것은 왜 잘했는지 확인한다.

잘못된 것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추적한다.

그리고 고칠 수 있는 방법까지 찾아본다.

조합원은 손실을 떠안는 사람이 아니라 경영을 감시할 주인이다. 각 조합은 실적 악화의 원인과 책임, 회복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조합원의 신뢰는 설명 없는 낙관이 아니라 투명한 정보와 책임 있는 경영으로 되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