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의 자연을 그리는 화가들 ‘양평 블루스’

-10여명의 화가들이 사나사 계곡에서 하루 왼종일 그림을 그린다.

양평의 자연을 그리는 화가들이 있다. 24일 오전 양평군 옥천면 사나사 계곡. 8명의 화가들이 계곡 여기저기에서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매주 화요일마다 단체로 같은 자리에 나와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은 ‘양평 블루스’ 회원들이다.

전업작가들이 단체로 야외에 나가 자연을 그리는 것은 매우 드문일이다. 자연을 그림의 소재로 삼더라도 야외에서 스케치만 하거나, 사진을 찍고는 대부분의 작업은 실내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화가들에게 자연은 중요한 작품의 소재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아마추어나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연이 하나의 오브제이거나, 작가의 의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만 기능하고, 자연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점차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양평 블루스는 스케치부터 완성까지 야외에서 작업한다. 양평 블루스가 양평의 자연을 그리기 사작한 것은 지난 해 겨울부터다. 지난 겨울, 양근 성지 주변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해, 봄에는 양서면 복포리를 거쳐 여름에 사나사 계곡으로 들어왔다.

보기 드문 모습에 사나사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화가 주변을 기웃거리며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고 한다. 사생(寫生: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린는 것)을 하는 아마추어인줄 알다가 전업 화가인 것을 알고 급기야 미대진학을 원하는 자식의 진학상담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양평 블루스의 좌장격인 정일영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화가들이 드라마틱한 사건의 배경이 아닌 자연 풍경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이끌어내는 미술 사조는 19세기 밀레(Jean-François Mille)가 대표하는 ‘바르비종 학파(Barbizon school)’가 있고, 미국의 허드슨강 학파(hudson river school)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1960년대 비원파(祕苑派 : 창덕궁 비원을 즐겨 그리던 화가들.손응성, 변시지, 천칠봉 등이 대표적이다)의 사례가 있다.

정일영 작가는 ‘할아텍’ 그룹의 일원으로 강원도 태백의 철암광산을 주기적으로 찾아 계절과 시간에 따라 급변하는 풍경이 충격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할아텍은 2001년 미술가들이 태백의 폐광지역인 철암을 주기적으로 찾아가 석탄산업의 변화가 지역과 사람들의 삶에 끼치는 변화들을 20년 가까이 그려온 미술가 그룹으로 양평 미술계의 원로인 서용선 화가가 공동 대표를 맡았다.

그르고 보니, 양평 미술에 자연에 집중하는 흐름은 꽤 오랜전통을 가지고 있다. 할아텍 그룹 일부 화가들이 지난 2009년 양수리에서 식당 외관을 그대로 두고 내부만 화실로 개조한 ‘소머리국밥 갤러리’ 활동도 있었다. 또 40년째 계속하고 있는 ‘바깥미술전’도 양평으로 본거지를 옮겨 활동하고 있다. 양평 원로 작가 민정기(1949~)도 ‘벽계구곡도’ 등 양평의 자연을 즐겨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양평 블루스 화가들이 자연으로 나가 그림을 그리는데 거창한 주의나 주장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물감이 어는 겨울에도 자연으로 나가 양평을 그리는 작업이 차곡차곡 쌓이면 무언가 의미가 생길 것이다. 양근 성지와 복포리 그리고 사나사 계곡에 한 계절씩 온전히 쏟아붓고있는 작가들의 작업은 아직 세상이 알아주지는 않지만, 양평 블루스 작가들에게는 자연과 미술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무게감을 더하는 듯 하다. 양평이 그들을 응원하고 지원할 이유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