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방 정원 1호 세미원. 양평군이 수도권 최초 국가 정원으로 만들겠다 는 세미원.
코로나를 거치며 양평 관광의 상징으로 떠오른 두물머리와 연결된 세미원이 관리부실로 위기에 처했다. 여러 명의 주민으로부터 세미원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다 는 제보를 받았다.
6월28일부터 10월31일까지 연꽃 문화제와 수련문화제가 연이어 열리는 세미원. 연중 세미원에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한창때인 지난 18일 세미원을 찾았다. 입구를 지나 관광객이 처음 만나는 세족대.
‘옛 선비들이 산간 계곡에서 발을 씻으면서 마음도 깨끗하게 씻었듯이 세미원을 걷다 가 지친 발을 세족대에 담가 보세요’라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물은 흐르지 않고, 고인 물에는 부유물만 가득하다.
이어 만나는 세미원의 장관 중 하나인 항아리 분수대. 수백 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로 만들어진 분수대에는 1/4 정도만 분수 물이 제대로 쏟아 나오고 있고, 또 다 른 1/4 구역은 분수라고 하긴 어려운 정도로 물이 졸졸 흐르는 수준이다.
나머지 절반의 항아리에는 아예 물이 나오지 않는다. 물이 나오지 않는 항아리에는 말라붙은 진흙이 거북이 등짝처럼 붙어있다. 보기 좋으라고 만든 분수가 흉물이 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걸 본 관광객이 어떤 느낌일까를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굽이굽이 물이 흐르는 시설을 만들어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 시를 읊고 노래를 부르며 풍류를 즐기는 정원’이라는 유상곡수는 수년째 물이 흐르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정원작가가 만든 주제 정원은 잡초로 뒤덮여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세계수련관은 실내 정원임에도 불구하고 잡초가 무릎 높이까지 자라고 있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세미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연꽃 연못의 연들이다. 관람로 물가에는 잡초를 제때 제거해주지 않아 연들이 잡초에 가려져 있다.
연보다 생명력이 강한 잡초를 뿌리째 뽑아내지 못하고 예초기로 윗부분만 잘라 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관람로에서 손만 뻗으면 연꽃에 닿을 수 있었고, 꽃내음을 맡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세미원을 아끼는 주민들의 제보도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연들이 줄어들고 있다’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세미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세미원의 직원은 이사장 포함 11명이다. 용역 결과 세미원의 적정 관리 인원을 23명으로 제시된 적이 있지만, 절반만 근무하고 있다.
그중에서 6만3천 평에 달하는 정원을 관리하는 인원은 정규직 2명에 계약직 2명을 포함해 4명뿐이다. 얼핏 계산해도 한 사람당 관리면적이 1만 5천 평이다. 턱없이 모자라는 숫자다.
이런 상황이라 뿌리째 잡초를 제거해야 하지만, 임시방편으로 예초기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는 것이다. 그나마도 예초기 작업도 풀이 자라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들이 제대로 꽃을 피우려면 2~3년에 한 번씩은 굴착기를 동원해 연못을 솎아내기 작업해야 하지만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세미원의 관리 비용은 양평군청의 예산 5억원과 입장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2023년 기준으로 약 18만 명의 입장객으로부터 받은 입장료는 약 8억원이다. 연간 13억원으로는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렵다 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장독대 분수가 진흙으로 덮이는 이유는 집수정이 깊게 설치되지 않아 물과 진흙을 함께 빨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수정을 새로 설치하는 데만 2억원 정도가 소요 될 것이라고 한다.
그밖에 노후 된 시설을 보수하고, 최상의 상태로 정원을 관리하기에는 현재의 예산과 인원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관계자의 실토다. 세미원 국가 정원 승격을 말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관리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 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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