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시작해 먹먹함으로 마친 네 사람의 도예 체험
치유농장·문화·숙박 잇는 체류형 여행, 2027년 본격 출시 추진

“다 만들고 나니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눈물이 났어요.”

처음에는 웃으며 시작했다. 흙을 길게 늘이고 한 겹씩 쌓아 올리며 자신만의 그릇을 만들었다. 그러나 완성된 작품을 앞에 놓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다. 그날 빚은 것은 언젠가 자신의 마지막 자리가 될 유골함이었다.

양평 들꽃마을 치유농장에서 윤영미 아나운서를 비롯한 네 명의 참가자가 유골함 만들기에 나섰다. 손물레 위에 흙가래를 쌓고, 이음매를 눌러 붙이고, 표면을 다듬었다. ‘흙가래 쌓기’라고 부르는 코일링 기법이다. 손끝으로 모양을 잡아가면서 저마다 다른 그릇이 모습을 드러냈다.

참가자들이 손물레 위에 흙가래를 한 겹씩 쌓아 유골함을 빚고 있다. 이음매를 눌러 붙이고 표면을 다듬는 손길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가 만들어진다.
참가자들이 손물레 위에 흙가래를 한 겹씩 쌓아 유골함을 빚고 있다. 이음매를 눌러 붙이고 표면을 다듬는 손길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가 만들어진다.


참가자들이 새긴 글귀는 ‘또 만나’, ‘시작’, ‘안녕’. 짧은 말들이지만 자신의 마지막과 남겨질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다시 만나자는 약속, 새로운 출발을 향한 마음, 이별이면서 만남이기도 한 인사가 흙 위에 남았다. 체험 뒤에는 마음이 무거워졌다는 소감과 눈물이 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참가자가 빚은 그릇에 ‘안녕’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날 작품에 남긴 ‘또 만나’, ‘시작’, ‘안녕’은 자신의 마지막과 남겨질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말들이었다.
참가자가 빚은 그릇에 ‘안녕’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날 작품에 남긴 ‘또 만나’, ‘시작’, ‘안녕’은 자신의 마지막과 남겨질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말들이었다.


윤영미는 유골함에 ‘시작’이라는 두 글자를 새겼다. 뚜껑은 하트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 이유에는 자녀들을 향한 마음과 특유의 유머가 함께 담겼다.

“우리 애들이 엄마를 금방 찾을 수 있게.”

아이들이 “우리 엄마는 참 특이해”라고 말하며 자신을 알아볼 수 있도록, 엄마다운 모양을 남기고 싶다는 뜻이었다. 마지막 머물 자리를 만드는 순간에도 생각은 아이들에게 향했다. 하트 모양 뚜껑은 사랑의 표현이자 엄마를 알아보게 하는 표식이 됐다.

국내 최초로 여성 프로야구 중계 캐스터를 맡아 새로운 길을 열었던 윤영미. 하트 모양 뚜껑과 ‘시작’이라는 두 글자에도 그의 당당하고 쾌활한 면모가 묻어났다. 자신의 마지막 자리를 빚으면서도 유머와 사랑을 담고, 끝을 떠올리는 그릇에는 ‘시작’을 새겼다. 낯선 도전 앞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온 그다운 선택이었다. 하트에는 엄마로서의 다정함이, ‘시작’에는 삶의 다음 장을 바라보는 당당함이 담겼다.

윤영미에게 자신의 유골함을 직접 만드는 일은 처음이었다. 유서를 쓰는 프로그램은 들어봤지만,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자신이 머물 곳을 손으로 빚는 경험은 낯설고도 뜻깊었다. 그는 이 시간을 무겁고 암울하게만 받아들이기보다 또 다른 시작을 생각하는 계기로 삼았다. 그릇에 새긴 ‘시작’에는 그런 마음이 담겼다.

윤영미가 만든 유골함의 하트 모양 뚜껑과 ‘시작’이라는 글귀. 자신의 마지막 자리를 빚으며 가족을 향한 사랑과 또 다른 시작에 대한 마음을 담았다.
윤영미가 만든 유골함의 하트 모양 뚜껑과 ‘시작’이라는 글귀. 자신의 마지막 자리를 빚으며 가족을 향한 사랑과 또 다른 시작에 대한 마음을 담았다.


이번 체험은 양평의 치유여행 ‘치유로’가 지향하는 시간을 보여준다. 농장에서의 활동에 지역 먹거리와 문화, 숙박을 연결해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머물도록 하는 여행이다. ‘비우고, 채우고, 머무르는’ 여정 속에서 유골함 만들기는 지금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지 돌아보게 한다.

윤영미는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도시와 다른 자연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양평의 매력으로 꼽았다.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자연 속에 머물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곳은 양평군 농업기술센터(소장 주성혜)다. 농업경영과 백태현 과장과 최현정 기획경영팀장은 치유농가들이 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 치유농장과 양평의 문화·숙박시설을 묶는 체류형 관광상품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장에서의 체험을 지역에서의 문화 탐방과 하룻밤의 휴식으로 이어가려는 구상이다.

센터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보완해 2027년 본격적으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치유농가에는 소득을 높일 기회를, 수도권 주민에게는 양평만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백 과장과 최 팀장은 농가와 지역 시설이 함께하는 여행상품으로 농가 소득과 방문객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들꽃마을 치유농장에서 도예 체험을 마친 참가자와 관계자들이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평군 농업기술센터는 치유농장과 지역 문화·숙박시설을 연결하는 체류형 관광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들꽃마을 치유농장에서 도예 체험을 마친 참가자와 관계자들이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평군 농업기술센터는 치유농장과 지역 문화·숙박시설을 연결하는 체류형 관광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치유로’의 숙박 파트너인 현대 블룸비스타는 여행의 ‘머무름’을 맡는다. 남한강을 마주한 이 호텔은 경기관광공사가 선정한 ‘웰니스 관광지’에 포함돼 있다. 농장에서의 체험을 마친 뒤 자연을 바라보며 휴식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양평 ‘치유로’의 숙박 파트너인 현대 블룸비스타의 야간 전경. 치유농장에서의 체험을 숙박과 연결해 양평에 머무는 여행을 제안한다. 사진=블룸비스타 제공
양평 ‘치유로’의 숙박 파트너인 현대 블룸비스타의 야간 전경. 치유농장에서의 체험을 숙박과 연결해 양평에 머무는 여행을 제안한다. 사진=블룸비스타 제공


호텔에서는 예술과도 만난다. 양평에서 작업하는 이재효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며 쉬어갈 수 있다. 자연과 작품을 함께 만나는 시간이 숙박의 즐거움을 더한다.

호텔 측에 따르면 블룸비스타는 특히 40~50대 고객이 선호하는 숙박시설이다. 일반 객실형부터 스위트룸까지 총 30개의 키즈 테마룸과 키즈 라운지를 갖춰 가족여행 수요에도 대응한다. 키즈 라운지에는 트램폴린과 챌린지 코스, 영상과 결합한 놀이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블룸비스타의 콩순이 테마 스위트룸. 캐릭터 침구와 나무집 모양 구조물, 미끄럼틀 등으로 꾸며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객실에서도 놀이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사진=블룸비스타 제공
블룸비스타의 콩순이 테마 스위트룸. 캐릭터 침구와 나무집 모양 구조물, 미끄럼틀 등으로 꾸며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객실에서도 놀이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사진=블룸비스타 제공


‘치유로’ 여행객을 위한 숙박 특별할인도 제공한다. 블룸비스타 고정호 상무는 제휴 혜택을 소개하며 “아마도 인터넷 예약가 중 최저가에 해당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역의 치유 체험과 숙박을 함께 선택하는 여행객에게 가격 혜택을 더하겠다는 설명이다.

호텔 측이 안내한 주말 바비큐 상설 뷔페는 1인 3만8000원이다. 가족 단위 여행객도 저녁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체험에서 문화, 식사와 숙박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양평에 조금 더 오래 머물 이유가 된다.

여행이 끝난 뒤 기억에 남는 것은 풍경만이 아닐 것이다. 흙을 빚던 손끝의 감각과 완성된 유골함 앞에서의 먹먹함, 아이들이 자신을 알아보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도 남는다.

‘또 만나’, ‘시작’, ‘안녕’.

마지막을 생각하며 새긴 말들은 오늘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양평 ‘치유로’에서 비운 자리는 소중한 사람과 지금 살아가는 시간에 대한 생각으로 채워졌다.

도예 체험에 함께한 일행이 모자이크 벽화 앞에 나란히 앉아 웃고 있다. 양평 ‘치유로’는 농장에서의 체험에 문화와 숙박을 연결해 머무는 여행을 제안한다.
도예 체험에 함께한 일행이 모자이크 벽화 앞에 나란히 앉아 웃고 있다. 양평 ‘치유로’는 농장에서의 체험에 문화와 숙박을 연결해 머무는 여행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