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원 양평포스트 기자

 김시우 씨는 국민신문고 답변의 정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답변에는 LH 현장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김씨는 당시 그런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김씨에게 이 문장은 단순한 오기가 아니었다.


자신의 주거위기가 이미 처리되고 있는 것처럼 공적 기록에 남았다. 잘못된 답변으로 인해 구제기회가 가려졌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양평군은 이 문제를 다르게 봤다.

복지정책과장은 자신이 요청해 마련된 취재 면담에서 김씨가 문제의 답변에 “꽂혀서” 정정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해당 문구는 공무원의 실수였다는 취지로도 설명했다.

김씨는 국민신문고 답변을 자신의 구제기회를 막은 공적 기록으로 봤다. 복지정책과장의 설명에서는 이를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있는 부수적 오류로 보는 인식이 읽혔다.

“꽂혀서”라는 말은 그 차이를 드러냈다.

반복적인 호소는 집착이 아니다


김씨는 같은 말을 여러 번 했다.

천장에서 마감재가 떨어졌다. 누수가 계속됐다. 다른 집으로 옮겨야 한다. 혼자 해결할 돈이 없다.

그가 반복한 이유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에 같은 요구를 거듭하면 민원인의 태도가 먼저 평가되기 쉽다. 예민하다거나 집착한다는 인상이 붙는다. 구조요청은 어느 순간 ‘민감한 민원’으로 바뀐다.

민원인의 성향이 앞에 놓이면 그가 말하는 위험은 뒤로 밀린다.

김씨는 최초 구조요청 당시 복지팀에서 “부동산에 연락하셔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고독사 문제로 무한돌봄센터에 연결했다. 무한돌봄센터는 AI와 건강음료를 통한 안부확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비가 새고 천장 구조물이 얼굴을 덮치는 주거 위기는 기관을 거칠 때마다 조각났다. 각 기관은 자신에게 보이는 한 조각에 대응했을 뿐, 흩어진 조각을 맞춰 김시우 씨가 처한 위기의 전체 모습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곳은 없었다.

복지정책과, 노인복지과, 가족복지과, 정신건강복지센터, 무한돌봄센터 등으로 복지체계를 세분화한 취지는 보다 전문적이고 촘촘한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기관과 기관을 잇는 연결고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세분화는 오히려 칸막이가 된다. 김씨에게 여러 복지기관은 촘촘한 안전망이 아니라, 도움을 받기 위해 하나씩 넘어야 하는 장벽이 됐다.

김씨는 기관이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했다.

군의 답변을 ‘군 입장 위주’로 쓸 수는 없다


복지정책과장은 “꽂혀서”라는 말을 기사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 녹음하지 않는다고 해 편하게 한 말이었으며 기사에 그대로 실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자리는 과장이 요청한 공식 취재 면담이었다. 팀장과 담당 주무관도 동석했다. 비보도 합의는 없었다.

과장은 양평군의 답변자료를 “앞으로의 군 입장 위주로 써 줄 것으로 알고” 보냈다고도 했다.

취재 답변은 행정기관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자료가 아니다. 민원인의 주장과 기록, 녹취에 비춰 사실인지 검증하기 위한 자료다.

군의 입장은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동시에 군의 입장 위주로 쓸 의무도 없다.

과장은 이미 보도된 조치 날짜의 삭제와 후속 보도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씨의 주거위험을 어떤 제도로 해결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문제는 말 한마디가 아니다


공무원 한 사람의 말 한마디만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기록에서는 김씨의 주거와 생계, 정신건강을 한 사건으로 묶어 끝까지 맡은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복지 대상자가 자신의 위기를 입증하고, 담당 부서를 찾고, 기관 사이의 정보까지 직접 전달해야 한다.

김씨에게 그 모든 절차를 혼자 감당할 경제적 여유는 없었다. 기관 사이의 판단과 정보를 대신 조정해 줄 지원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복지를 요청했다.

공무원에게 필요한 것은 반복되는 민원을 멈추게 하는 일이 아니다. 반복해서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듣는 일이다.

김씨가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면 그의 집이 아직 위험하다는 뜻일 수 있다.

복지는 민원인의 말투를 평가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